2009년 7월 28일 화요일

나 지난 주말에 영화 봤다 - 차우, 그리고 우리들의 오락 영화

아, 당췌 얼마나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간 건지, 살짝 감격에 젖었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트랜스포머2도 심야로 봤던 기억이 나서 스스로의 기억력이 가지는 놀라운 휘발성에 놀랐다.


이번의 감상 대상은 차우. 


솔직히 예전에 티저 예고편을 보고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인터넷에 즐비한 이 영화의 영화평을 보고 좀 (무려 영화를 보기도 전에!) 실망을 좀 했었다. 인터넷에 떠있는 대부분의 감상평은

감독의 지나친 개그욕심이 영화를 망쳤다
로 정리가 되는 것 같던데.  여기서 조금 의구심이 드는 것은 '감독이 개그에 중점을 두고 영화를 만들었다'는 공식 보도자료 같은게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영화를 전문으로 다루시는 블로그들에서는 기자 시사회나 그런 걸로 영화를 보는 경우도 있으니까 최종 편집본이 아닌 상태의 영화를 보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긴 들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러 가기 직전에 보았던 몇 몇 리뷰들을 보고 조금 망설임이 들긴 하였지만 (예매를 한 극장은 집에서 도보로 30분이었고 택시를 타기엔 난 수입이 많지 않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때는 예매 취소를 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불안감을 억누르고 꾸역 꾸역 걸어들어간 극장은 역시나 좀 한산했다. 


공포 영화(괴수영화라고 써야 맞는게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저 데이트 코스용 영화로 분류하자)로 알고 온 분들이 있어서 그런지 역시나 커플들이 많았다. (그런데 신림L 영화관 매표소 언니, 왜 제 자리를 여2 커플의 옆에 바짝 붙어서 주셨나요. 의도는 감사합니다만 잉여 좌석도 많은데 옆에 앉기가 뭐해서 걍 아무데나 가서 앉았습니다. 죄송해요 소심해서 ㅋㅋ)


아무튼 그렇게 본 이 영화의 감상평은,

홍보에 돈 좀 더 써라, 가능성있다.

이다.


이미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식인 멧돼지'를 잡으러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선지가 난무하는 공포 영화를 기대하고 간다면 좀 곤란하기야 하겠지만, 어디 애초에 그런식으로 피칠갑할 영화였으면 극장에 제대로 걸릴 걸 기대할 수 있었겠나. 영화의 총체적인 느낌은 롤러코스터를 탈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분명 초반 몇 몇 잡아 먹히는 장면들은 좀 섬뜻하다,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신나는 쪽으로 몰아붙인다.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계속적으로 일어나면서 영화를 그냥 산만하게 풀어놔주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트랜스포머2'를 보는 중에 "빨리 돌려 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 부분도 없었다. (음 그 영환 극장에 관객이 나 혼자 밖에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딱 이 정도만의 흡입력이면 그 모양새를 떠나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무슨 예술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심각한 사회적 메세지를 던지거나 혹은 어떤 시스템을 비꼬고자하는 영화도 아니다. 돈 7~8천원 내고 두 시간 동안 흥겹게 탈 수 있는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이다. 오락 영화가 이 정도면 되지 않는가? 사실 그간 한국 영화에서는 표 값도 못하는 영화가 얼마나 많았는가를 떠올려 본다면 '차우'는 오히려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풀어야할 숙제의 정답을 보여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혹, 이 영화를 보려고 생각은 한 번 했었는데 많은 '아쉬운 소리'를 읽어보고 좀 주저하게 된다면, 극장으로 가서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사람들의 반응을 한 번 살펴보시라. "공포영환줄 알았는데....", "장난아냐 ㅋㅋㅋ"라는 말이 가장 많이 들릴 것이다. 장난이 아니라고 좀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정말이다. 장난 아니다. 시종 정신없이 웃는 와중에도 나는 "이 영화야 말로 한국형 블록버스터 아니 최소한 오락 영화의 기본을 제대로 지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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